黨·政, 가업 상속 허들 낮춘다는데…업계 “미흡하다” 불만

김슬기 기자 / 기사승인 : 2019-06-11 17: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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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관리 현행 10년에서 7년 축소
자산ㆍ고용 유지 의무는 일부 완화
경영계 “대폭 확대돼야” 볼멘소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아시아에너지경제]김슬기 기자=내년부터 중소·중견 기업의 상속세 부담이 완화된다. 정부가 당정 협의를 통해 ‘가업 상속 지원 세제 개편방안’을 확정함으로써 기업의 사후관리 기간이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되고, 자산ㆍ고용 유지 의무는 일부 완화가 될 것이 예고됐다.

하지만 공제 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과 공제 한도는 기존 수준으로 유지가 돼 규제 완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업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간 경영계에선 가업 상속세가 과도하다며 대대적 개편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선 ‘사회적 불평등 해소’ 측면에서 이들의 주장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가업 상속 지원 세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가업상속공제란 피상속인으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은 상속인에게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로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기업 중 사전‧사후 관리 요건 등을 충족하면 최대 500억 원을 공제해준다. 상속인은 이를 통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최소 10년의 사후관리 기간에 고용과 업종 등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상속인이 가업 상속세를 공제받는 경우 10년간 업종과 자산,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의 사후관리 기간은 7년, 5년이다.

홍 부총리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유연하기 대응하기 위해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정부 안의 핵심”이라며 “가업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투자와 고용 유지라는 가업 상속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데 힘썼다”고 밝혔다.

또 사후관리 기간 중 업종 변경 허용범위를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에서 중분류로 확대키로 했다. 예를 들어 기존 식료품 제조업(중분류) 내 제분업(소분류:전분 및 전분제품 제조업) 사업체가 제빵업(소분류:기타 식품 제조업)으로 전환해도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또 전문가로 이뤄진 위원회의 심사ㆍ승인을 거치면 중분류 밖에 해당하는 업종 변경도 허용이 된다. 일례로 기존 의약품제조 기술을 활용해 화장품 제조업으로 업종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전날 김병규 세제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사전브리핑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기업의 유연한 대응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기업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 및 경영 노하우 등의 유의미한 전수, 안정적 고용 승계 등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후관리 기간 중 20% 이상 자산처분을 금지한 규정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신규 자산 취득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완화해주기로 했다. 중견 기업의 고용 유지 의무도 일부 부담을 덜어줬다. 중견 기업의 경우 10년 통산해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의 120% 이상을 유지해야 했는데, 내년부터는 100% 이상으로 완화된다. 생산설비 자동화 등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고용 인원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인원을 증원한다는 게 부담으로 올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하지만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인 현행 3000억 원 미만은 유지가 됐다. 상속세 감면을 받을 수 있는 한도 역시 현행 500억 원 그대로다.

이에 따라 가업상속공제 제도 요건 완화가 근본적으로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간 중견 기업계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현행 매출액 3,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공제 한도는 1,000억 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평에서 “이번 개편방안은 그동안 기업들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라며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나갈 수 있도록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 및 사전ㆍ사후관리 요건 대폭 완화 등을 실질적으로 반영하길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사전증여와 관련한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가업상속공제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창업 수준으로 가업 승계를 지원하는 독일과 일본 등 사례를 참조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당·정·청 협의와 국회 입법 과정에서 공제 대상과 공제 한도 확대에 대한 적극적인 재검토가 반드시 진행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현재 명목 상속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벨기에 등 OECD 국가 역시 공제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공제 혜택 수준이 더 높다.

독일은 기업인이 직계비속에 기업을 물려줄 때 상속세율이 50%에서 30%로 인하된다. 더욱이 공제 대상이 광범위하고 요건도 까다롭지 않아 독일의 가업상속공제 제도 이용 건수는 연평균 1만7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반면 우리나라는 공제 대상 자체가 적고 상속인이 지켜야 할 요건이 많아 최근 5년간(2013~2017년) 연평균 이용 건수가 74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경영계의 이러한 요구가 사회적 불평등 해소 차원에는 부합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대학교 안창남 세무학과 교수는 <아시아에너지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업을 승계했을 때 세금을 내다보면 가업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일정 규모 한도 내에서는 세금을 면제 또는 이월해주겠다는 취지인데 (공제) 금액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기본적으로 상속 재산이 있는 이와 없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이 커진다”며 “(공제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조세 공평이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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