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태죄 위헌 결정, 여성존중 계기 돼야

아시아에너지경제 / 기사승인 : 2019-04-11 15: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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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시민단체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해 환호하고 있다. /강경숙 기자 gskang@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며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조항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현행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953년 제정된 낙태죄 규정은 66년 만에 폐지의 길로 들어섰다. 


형법 269조(자기낙태죄)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270조(동의낙태죄)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조항으로 자기낙태죄에 종속돼 처벌되는 범죄다. 

 

이번 심판에서는 태아의 발달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다만 헌재는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하지 않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낙태죄는 1953년 대한민국 형법 제정 당시 기존 형법의 존치안과 삭제안이 표결에 붙여진 가운데 존치안이 다수표를 얻어 유지된 것으로 1912년 일제의 의용형법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법 폐지 논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죄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리고 낙태죄가 형법에 존재함으로써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받아 왔다. 

 

낙태죄가 생명을 존중한다는 법의 목적에 충실하기 보다는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낙태를 양산해 여성들을 위험에 빠트리며 남성이 여성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낙태죄의 처벌 대상이 ‘임부’와 ‘낙태하게 한’ 사람에게 한정되고, 임신중절 과정에서 배우자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남성에 의한 협박 또는 보복 수단으로 악용됐던 것이다. 

 

사실 인간의 생명은 존중되어야 하고 누구도 그 생명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태아의 경우에 어머니의 생존권이 보장돼야 태아의 생명권도 가능하다.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몸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생존권은 함께 가는 것이다. 

 

태아의 생명권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사람은 임신한 여성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부득이 낙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여성에게 죄를 묻는 것은 과도한 형벌이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도 새롭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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