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멍 뚫린 바다 경계

아시아에너지경제 / 기사승인 : 2019-06-20 13: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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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박이 백주 대낮에 북방한계선을 넘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하기까지 영해를 관리하는 대한민국 해군과 해경, 해안 경계를 담당하는 육군까지 어느 하나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 지난 15일 북한 주민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해 선원들이 배를 정박시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삼척항 부두에 접근하는 북한 목선(붉은색 표시) /연합뉴스


북한에서 내려 왔다면서 서울에 사는 친척에게 연락할테니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북한 어부의 요청을 받고 주민이 112에 신고를 한 뒤에서야 우리 경찰은 사태를 인지했으며, 이마저도  군은 1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출동했다고 한다. 만약 북한군이 소형 선박 몇 척으로 위장해 침투했다면 대한민국은 쑥대밭이 되고도 남을 시간이다.


북한 주민 4명이 탄 소형 목선은 우리 군·경의 감시망을 뚫고 지난 15일 6시 50분께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 접안했으며, 산책 나온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선박은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삼척항 동방 3.7∼5.5㎞까지 접근해 엔진을 끈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가 15일 새벽 일출이 시작되자 삼척항으로 기동했다.


우리 군과 해경은 어떻게 시민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 북한 어선의 삼척항 진입을 몰랐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만약 이들이 단순한 귀순자들이 아니라 무장한 군인이었더라도 몰랐다고 할 것인지 묻고 싶다.


북한 선박의 발견 경위를 놓고도 거짓 브리핑을 반복한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대국민 사기극이며 조직적인 은폐와 조작 시도 없이는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2년 10월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에서 발생한 ‘노크 귀순’보다도 더 한심한 작태다. 당시 노크 귀순을 비판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왜 침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뒤늦게 국방부가 북한 선박의 삼척항 진입과 관련해 일선 부대가 적절한 조처를 했는지를 규명한다며 합동조사단을 꾸리겠다고 한다. 국방부는 20일 이순택 감사관을 단장으로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북한 목선 상황과 관련해 경계작전 업무 수행의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 등 합동조사단 요원들은 이날부터 동해 작전부대에서 조사활동을 시작한다.


합동조사 대상은 합참, 육군 23사단, 해군 1함대 등 해안·해상경계 작전 관련 부대이다. 국방부는 조사 결과, 문제점이 식별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엄정 조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선 조속히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어선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가 백 가지 잘 한 점이 있더라도 이 한 가지 경계작전에 실패가 있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가 없다”면서 “우리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이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사태에 어떤 허점이 있었는지, 당시 장비와 인력 운용은 적절했는지 따져 본 뒤, 군의 경계실패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큰 만큼 관련자들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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