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섣부른 정년연장은 오히려 毒이다

아시아에너지경제 / 기사승인 : 2019-06-09 10: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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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도래에 따른 대책 마련은 필요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년 부양비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정년연장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인구구조 변화를 볼 때 정년 연장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일정 기간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인구 구조상 앞으로 10년간 베이비 부머가 매년 80만명씩 고용시장에서 벗어나지만 10대가 들어오는 속도는 40만명”이라며 “고용시장 인력 수요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년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며 “인구정책 TF의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정년연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고,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부의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진행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이로 인한 각종 경제·사회문제가 앞으로 쓰나미처럼 닥칠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정년연장 문제를 제기한 것은 타당해 보인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다만 정년연장은 세대 간 충돌이나 기업의 부담 등 여러 가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구조는 생산가능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노인인구는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구조여서 정년연장 논의를 피해갈 수는 없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 인구는 내년부터 10년간 연평균 32만5천명씩 감소한다. 2030년대가 되면 감소 폭은 연평균 50만명대로 커진다. 반면 노인인구는 내년부터 10년간 연평균 48만명씩 늘어난다. 2029년에는 노인인구가 1천252만명으로, 전체인구 5명 중 1명꼴이 된다. 이른바 ‘초고령사회’가 되는 것이다.


노인인구가 아무리 증가하더라도 누구든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정부의 의무지출이 2022년까지 연평균 14.6%가 늘게 된다는 분석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천천히 이뤄지는 것이어서 당장 국민들이 위기를 체감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지만 이미 수년째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이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따라서 이제는 그 부작용과 피해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일하는 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의 수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 증가속도가 9년 늦춰진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지연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60~65세 인구가 ‘부양받는 나이’에서 ‘일하는 나이’로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년연장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률이 높아 어려운 상황인데, 노인들이 퇴직하지 않고 일자리를 유지한다면 청년들이 취업할 일자리든 상대적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정년 연장을 하더라도 청년층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과연 그런 묘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조삼모사식 땜질 처방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차라기 하지 않는게 현명하다.


정년연장을 우리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검토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비록 좋은 의도에서 시작했어도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고려하지 못하는 바람에 오히려 실업, 폐업 증가 등의 부작용을 냈다. 정년연장도 노인은 해고하지 말고, 청년들에게도 일자리를 주도록 기업에 강요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기업으로서는 견뎌낼 수 없다.


정년연장이 저출산 고령화의 유일한 해법처럼 인식돼서도 안 된다. 인구구조 변화 문제는 저출산에서 비롯되는데,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정년연장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정년연장은 향후 인구감소와 그에 따른 생산·투자·소비 감소 중 어느 것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 성장률이 조금만 낮아져도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면 국가경제 운용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코마(coma·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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