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대 강 대응으로는 해결 안 된다

아시아에너지경제 / 기사승인 : 2019-07-08 09: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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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경색 정국 해법을 위한 제언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관계의 심각한 균열과 경색 국면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역규제나 시민사회의 불매운동 등 강 대 강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부나 시민사회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상황 악화를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를 경제적 보복으로 연계시키고 있는 일본 정부의 잘못에 맞서 우리가 경제적 보복으로 맞대응하는 것 또한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조치가 될 수밖에 없으며 긴밀하게 엮인 양국 간 경제구조상 경제보복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냉정한 대응을 바탕으로 기업들은 단기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재고 확충과 수입처 다변화 등 일단 방어에 집중해야 하며 정부도 중장기적으로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면 이번위기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확전을 경계하면서 근본적이고 중요한 전략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외교적 해법도 굴욕적인 특사 파견보다는 서로 명분을 살리며 경계선에서 길을 찾는 메신저가 필요하다. 지난 1965년 박정희 정권 시절 맺었던 한일청구권협정의 엇갈린 해석에서 비롯된 과거사 문제는 정부가 한국인 강제징용 문제와 경제 제재를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원칙도 요구된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 대치가 장기적으로 보복전이 되면 그 과정에서 상호 피해를 입는다. 개별 기업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민간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정책 때문에 일본의 상식 있는 사람들까지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하는 사실상의 경제보복 조치를 내리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마트에서 직원이 일본 맥주, 담배, 식품들을 진열대에서 빼내는 모습.연합뉴스


한국 시민사회의 감정적 대응은 오히려 일본 우파에 힘을 보태줄 뿐이다. 시민사회에 갈등이 고착되면 결국 아베 신조처럼 한국 때리는 사람들만 이득이다. 한국과 일본은 소비재보다는 기업과 기업 사이의 B2B 거래가 많다. 사고는 정치인이 치고 욕은 애먼 놈(기업)이 먹는 셈이 된다.


한일관계는 여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냉정하게 법리적으로 접근하고 정부가 대처할 여유를 주는 게 좋다. 근본적으로 외교적인 해결이 중요하다. 한·일 양국이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체면까지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일관계에 정통한 사람들끼리 만나 경계선에서 길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일본 경제 제재 조치는 별개로 다뤄야 한다. 경제 제재를 풀겠다고 강제징용 문제를 다시 꺼낸다면 국가 원칙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밑에서야 강제징용 문제도 논의될 수 있겠지만 표면으로 나와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좀 더 섬세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양국의 쟁점인 강제징용 피해자 위자료 문제에는 한국 기업이 먼저 나서고 시민사회가 동참해 국민 성금 같은 형태로 기금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우리 기업과 국민이 앞장서고 정부가 호응한다면 이후 일본 기업들도 결국 여기에 동참하게 될 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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