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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경제가 '잔인한 달 4월'에서 빠져나오려면


이문수 / 언론인

/아시아에너지경제 2580@asiaee.net
2019년 03월 31일(일) 13:06
4월의 첫 날이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필자가 기거하는 남녘 광주는 매화부터 유채, 개나리, 진달래 등 온갖 봄꽃들이 겨우내 움츠렸던 고개를 들고 일어나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아니 봄의 전령 동백은 이미 활짝 꽃을 피웠다.

편집국 창문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소석동산의 꽃잔디도 메마른 땅 위에 연분홍 물감을 뿌려놓은 듯 상큼함이 묻어난다. 자연은 이렇게 봄을 틔우고 있는데 우리 경제는 언제쯤 봄이 오려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T. S. 엘리엇이 1922년 발표한 서사시 ‘황무지’에서 언급한 ‘잔인한 달, 4월’이 시작됐다. 지금 세간에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을 필두로 돈벌이에 남다른 재주가 있는 부류를 제외하곤 모두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담고 산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정책의 불확실성은 기업들을 옥죈다. 1999년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와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어 10년 주기로 찾아온 2019년 봄은 공포 자체다.

작년 한 해 급격히 주저앉았던 우리 경제는 올해 1분기에도 여지없이 바닥을 내리쳤다. 한국 경제의 주축을 이루던 산업 대부분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반도체 호황에 진실이 감춰져 있었을 뿐이다.

서민들도 고용 한파에 빈털털이가 된 지 오래다. 고용이 최악의 기록을 보이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한국 증시가 성장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은 투자와 내수 부진의 결과라 하겠다.

이른바 ‘R의 공포’라고 하는 경기침체(recession) 우려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한국 경제는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글로벌 경제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흔들린다면 한국 경제는 타격이 크다.

지난 2년동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했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스스로 “저는 이상주의자”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대표적 폴리페서(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대학 교수)인 그는 여태 고려대 교수직을 유지해오다 얼마전 정년퇴임식을 가졌다. 그는 퇴임식에서 “젊었을 땐 이상적인 미래, 무지개가 있다고 믿고 무지개를 쫓아다녔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경험도 생기다보니 무지개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참으로 무책임한 사람이다.

어쨌든 장하성을 주축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대한민국을 실험실 안의 쥐로 여겼다. 결국 기업들은 불투명한 미래 경영 환경과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투자 지표가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이에 정부는 고용문제를 해결한다고 청년층과 어르신, 실직자 등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총 5만9천개를 제시했다. 그런데 만든다는 일자리가 고작 화재감시원, 독거노인 도우미,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라돈검출 측정원, 소상공인 제로페이 홍보안내원 등이다. 국민의 혈세인 세금을 이렇게 팡팡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정부와 여당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쇼크 수준인 고용률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침체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시작,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의 대전환이 거세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과거부터 해 왔던 고용 정책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급변하는 경제에 부응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근로자에만 의존하는 산업도 그리 많지 않은데 정치권은 여전히 숫자에 얽매이고 있다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산업구조 개편에 맞는 기업정책과 직업훈련이 도입돼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예전 1990년대 교과서의 ‘이상’만 쫓고 있다.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게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에서 많은 임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경제의 ABC를 제쳐두고 거시경제학을 논하면 뭐하자는 것인가. 4칙연산도 더딘 아이에게 미·적분을 풀게하는 꼴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현대차그룹이 수소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질적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통신업계도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발맞춰 사업 혁신에 뛰어들었다.

이제 우리 경제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경직된 노동정책에서 벗어나 다같이 살 수 있는 상생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기업들도 투자에 인색하지 말고, 정부는 통상 환경을 악화시키는 시행착오를 더 이상 범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가 ‘잔인한 4월’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아시아에너지경제 2580@asiae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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