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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금남로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뭘 챙기겠단 말인가

이문수
전남도민일보 사장

/아시아에너지경제 2580@asiaee.net
2019년 03월 03일(일) 17:10
이문수 사장
사립유치원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임원들이 새학기 개원 연기를 강행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개학연기 투쟁에 동참하는 유치원이 전국적으로 1천500여곳에 달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한유총은 3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까지 나서 사회불안을 증폭하한 것에 매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학부모들에게 개학연기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한유총은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유치원 명단을 공개할 수 없지만 자체조사 결과 동참하는 유치원이 전국 1천533곳으로 전체 사립유치원(4천220개)의 36.3%, 한유총 회원(3천318개)의 46.2%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이 492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북·부산·대구 339곳, 경남·울산 189곳, 충청·대전 178곳, 서울·강원 170곳, 전라·광주 165곳 등이다. 이들은 또 교육부가 개학연기에 동참하려는 유치원을 협박하고 있다면서 극소수 유치원만 개학연기에 참여하는 것처럼 숫자를 왜곡해서 발표하는 치졸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유총은 개학을 불과 20시간 가량 남기고 기습적으로 ‘개학 연기’를 발표했다. 긴 겨울방학과 3·1절 연휴가 끝나고 4일이면 새학기가 시작되는데, 학부모들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다.

한유총은 유아교육법에 개학일이 따로 명시돼 있지 않고, 연간 법정 수업 일수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개학연기’가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주장대로라면 전국의 중·고등학교와 대학도 형편에 따라 개학을 연기하고 한여름에 수업을 하든지, 한겨울 혹한에 수업을 하든지 연간 수업일수만 맞추면 된다. 명색이 교육자를 자처하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예고 없이 ‘개학연기’를 선포하고 ‘준법투쟁’이라고 떠들어대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당장 아이 맡길 곳을 찾아 헤매야 하는 유치원 학부모들로서는 그저 분통 터질 일이다.

한유총은 한 발 더 나아가 정부가 탄압하면 ‘폐원투쟁’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유총 이덕선 이사장은 “유치원의 개학일 결정은 유치원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개학연기는 준법투쟁”이라면서 “정부가 계속 압박하면 오는 6일까지 폐원 관련 회원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제때 문을 열어 원생들을 받아들이고 잘 좀 지도해달라는 요청을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한유총은 박근혜 탄핵 불복집단과 다를 바 없다.

한유총은 특히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과 회계비리를 저질렀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유치원 관련 법률을 고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냥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유치원 원장이 정부보조금과 학부모들로부터 거둬들인 원비를 앞으로도 계속 임의로 처리할테니, 어디에 돈을 쓰던지 유치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간섭하지 말라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유치원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에듀파인’이 사립유치원 원장들에게는 ‘악법’인 셈이다.

학부모들에게 개학연기는 집단휴업과 다름없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유치원이 집단휴업을 하면 직접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한유총이 ‘집단휴업’은 아닌 것처럼 둘러대면서 ‘집단휴업’이나 다름 없는 ‘개학연기’라는 카드를 합법이라 주장하며 꺼내들었다. 한마디로 법망을 피해 자신들이 원하는 파업 효과를 보겠다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유총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유치원 3법 개정을 포기하고, ‘에듀파인’은 국·공립 유치원에서만 사용할 경우 파업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유치원 부지와 건물 등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해 사용·수익·처분권을 보장하고, 원장이 임의로 폐업하면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조사한 결과, 상당수 사립유치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고액의 원비를 받아 원장의 명품 핸드백과 외제 승용차를 사는데 지출했다. 유치원에 재직하지도 않는 원장 친인척에게 급여 명목으로 많은 돈을 지급한 것도 비일비재하다. 유치원 회계를 투명하게 하면 이런 부조리가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다. 유치원 원장들이 염려하는 게 바로 이것인지 묻고 싶다.

한유총은 유아들의 건전한 발달과정을 담은 ‘누리교육과정’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저 돈벌이에 익숙한 영어조기교육이나 사행성 교육으로 한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립유치원 측의 사유재산성 인정 등 일부 요구는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개학연기까지 할 일인가.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유치원들의 집단행동은 누구의 호응도 받지 못한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한유총의 집단행동 위협에 아이를 볼모로 잡힌 부모들은 불안하다. 한유총의 강경파 유치원 원장들이 학부모들의 간절함을 외면한다면, 결국 그들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
/아시아에너지경제 2580@asiae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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